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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바퀴, 월간 권태 편집장, INTJ
뛰어넘기 위해 버티는 법

 

 

 

극도로 불안해지면 '처녀들 자살하다'의 리즈본 자매들처럼 어딘가 우아하게 우울해질 것 같지만, 현실은 오히려 '포제션'의 이자베 아자니에 더 가까워진다. 희까닥 돌아 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며 행동 하나하나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굉장히 추악해진다.

여하튼 그렇게 포제션 속 이자벨 아자니처럼 경기 일으키면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추하던 모습을 인정할 용기를 내고 나서야 비로소 더 큰 걸음을 나아갈 수 있었다.

정량적으로는 조금 떨어져 보인 듯싶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화도 잘 내고 쉽게 무너지곤 하는 사람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스스로를 억지로 감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뛰어넘기 위해 버티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벌써 이 블로그를 만든 게 10년 전의 일이 되었다.

'세상 뛰어 넘기'는 제목 지을 게 없어서 고민한 끝에 아빠에게 부탁해서 얻은 제목이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꽤나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다가온다.

그때는 지금의 나이 정도가 되면 세상이야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가 되리라고 여겼다.

그리고 한동안은 도무지 세상은 뛰어넘을 수 없다고 여겼다.

지금 다시 곱씹어보면 꼭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도 일으켜야만(...) 세상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힘을 하나씩 얻어가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버텨 나가기를 익히는 것이 세상을 뛰어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워하긴 참 뭐하면서도 앞으로 많이 그리울 길.

 

 

 

 

 

 

동경하면서 지나고 지긋지긋해하면서 지나고 이제는 그리워하면서 지나는 고등학교 등굣길도 잠깐 걸었다.

아프기 시작했던 곳도 이곳이었고 병이 나았던 곳도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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