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느끼는 것인데 딱히 돈도 벌지 않고 어딜 나돌아다니지도 않는 식충이인 나에게는 방학 마지막 주가 '해방감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는 구역질이 나는데도 꾸역꾸역 그걸 먹어야 하는 기간'이되 '그렇다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는 싫은 괴로운' 기간이다. 서울은 지겹고, 시골은 갈 생각부터 지긋지긋하니 여행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 다른 나라로 떠날 수도 없고, 모든 취미생활도 넌더리가 나고 사람도 만나기 싫은 심각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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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종로 알라딘 가서 책을 샀다.

어릴 때 내 최애 만화였던 박떡배와 오성과 한음만 사려고 했다가 나혜석의 기행문과 카프카 소설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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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또 동네 알라딘 가서 고딩 때 팔았던 만화책들을 다시 샀다.

앞머리가 자꾸 죽어서 앞머리 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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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이상의 집에 갔다. 이상 생가일 줄 알았는데 그냥 터에다가 집 비스무리하게 재현해놓은 거라 약간 실망했...지만 이렇게 이상 덕질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이 서촌에 있을 줄은 몰랐다. 몇 달 전에 친구랑 서촌 왔을 때 갔던 식당 바로 뒷편이라 그 때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갔지 싶었다.

 

 

 

 

 

 

윗층 문 열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뻑뻑해서 포기하고 걍 그 틈으로 뭐가 보이나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엽서를 세 장 샀다. 나중에 자기만의 방이 나에게 생기면 꼭 벽에다 붙일 거다.

 

 

 

 

 

 

 

 

갑자기 필이 꽂혀서 못 견디고 또 교보문고 가서 책을 한 권 더 샀다.

사실 집에 있는 이상 선집 초판본이 너무 탐나는데 (미니북으로 있긴 한데 이건 원래 사이즈보다 작품이 적다는걸 최근에 깨달았다) 글씨체도 불편한데다 내가 한자를 거의 까먹어서.... 읽기가 여간 쉽지 않아 다른 판본으로 샀다.

개강을 앞두고 어딘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하루에 책 한 권씩은 사고 있는데 덕분에 올해 후반기 독서 계획도 4일만에 열 번도 넘게 갈아엎었다. 서점만 들어가면 충동질이 너무 심해지니 2학기 종강하기 전까지는 서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지금 모아둔 책부터 다 처리해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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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듀를 하느라 한동안 흥미를 잃었던 독서에는 마침내 8월 말이 되어 게임이 물리게 되자 불꽃같은 애정이 밀려오게 되었다. 작년 초 극심한 우울감 때문에 아예 몸을 일으킬 기력도 없어 누워서 책 읽는 것밖엔 달리 할 일이 없었던 시절에도 이렇게나 열심히 읽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대체로 책을 무척 뜸 들여서 천천히 읽는 편인데 요즘은 길어야 닷새면 책 한 권을 거뜬히 읽기에 지금이 속도감 있는 독서를 하기 시작하는 기점이 되려나 싶기도 하다. 개강을 일주일 앞두고 이렇게 독서에 정을 붙였으니 벌써 다음주 부터는 바빠져서 또 지금만큼 맘껏 읽지는 못하겠구나 싶어서 슬프기도 하지만 게임도 질릴 대로 질려서 싹 지워버리고 폰으로도 할 게 거의 없는 이상 지난 학기보다는 틈틈이 많이 읽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은 이제 나는 독서보다는 영화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느꼈는데 영화는 단지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다 끝을 보기가 더 쉬울 뿐이라는 걸 며칠 전에 깨달았다. 그래도 아직은 책을 읽을 때가 훨씬 더 행복하고 힘들 때 도망치기에도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더 적합한 안식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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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도즈 대체 숀 코너리가 저 옷 입고 어떻게 설칠까 너무 궁금해서 정말 보고 싶다. 학교 시청각실에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도서관에 숭한 빨간 빤스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남자 영상을 보는 이상한 애가 있다고 소문날까봐 걱정을 설레발 치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진이 지금 내 폰에 생협 조합원증+맥고나걸 교수님 사진+아기 오소리 사진 등등이랑 같이 있어서 사진 정리하다 보고 참 총체적 난국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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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한국 화가들의 그림은 비슷한 시기 유명한 서양 화가들의 그림 못지않게 정말 좋다. 30대 되기 전에 유화 그리기 배우는 게 내 소원인데 (그걸 소원으로 두기엔 내 나이가 너무 젊지 않은가 싶으면서도 선뜻 도전하기에는 시간이 나지를 않는다) 언젠가 배우게 되면 꼭 나혜석이나 이쾌대 같은 사람들 작품들 모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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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에서 닉 드레이크의 음악을 듣고 신세계를 맛봐서 꺼라위키를 검색해봤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요절한 사람이었다. 근데 집에 있는게 괴로운데도 집밖은 더 괴로워서 그냥 집에서 지냈다는 거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슬펐다.

올해는 이미 절반도 넘게 지나갔지만 2020년 새해 결심을 벌써부터 해보자면, 아니 그냥 2학기 결심이라고 해보자면 지금보다는 그래도 우울감에서 좀 더 벗어나려는 의지도 보일 것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사람들이랑 부대껴 보려고 노력도 할 거다. 우먼카인드 몇 월호에서 봤던 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는 보통 '두려움'을 두려워하고, 그 두려워하는 경험을 익숙하게 만든다면 마치 우리가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바지를 입고 머리를 감을 줄 알듯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요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내 일상 단위의 공포감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공포에 대해서 적고 나니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겁쟁이가 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인지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 때를 기점으로 왜 이렇게 두려워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성장통이고 하찮은 것으로 징징대는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내게는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시간이었고, 결국에는 이렇게 남들이 그 공포를 하찮게 여길 것에 대한 공포, 그 시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겪는 공포, 그 몸부림조차도 정말로 내가 몸부림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확신하지 못하는 공포에 또다시 시달리게 되는 '공포를 파생시키는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희망차게 글을 쓰다 말고 갑자기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공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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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선배들이 강연을 연다고 해서 금요일날 학교에 들렀다. 무척 멋있었고 이번주에 읽은 페르세폴리스나 나혜석의 책도 많이 생각이 났다.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늘 힘든 것은 따라오게 마련이지만 어찌 되었건 내가 의지와 용기만 가진다면 못 할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하느라 중요한 정보들을 놓친 건 아닐까 막판 가서 조금 걱정스러웠다. 다 듣고 나와서 엄마를 만나 이번에는 카페 카메에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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