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멜랑꼴리

일기/2017 - 2019. 5. 24. 18:48

 

 

 

5월 말~6월 초로 넘어가는 이 시기의 멜랑꼴리가 또다시 찾아왔다.

이 무렵에는 언제나 마음이 들뜨면서도 공허하달까... 

근 5년간이 침잠의 시기였다면 요즘은 거의 대한제국 시기 한반도 급으로 내 모습도 급변해가고 있어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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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만 해도 몰랐다. 빅뱅이 내가 알던 것보다도 더 미친넘들이었다는 사실을...

꽃길 매일매일 들었던 반년 전의 내가 정말 싫다ㅠㅠ 솔직히 매년 사고 칠때부터 덕질을 하질 말았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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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를 무사히 신청했다. 수포자인데 통계 수업만 듣는다는 점, 점심 먹을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이 마음에는 걸리지만 일단 지금 학년에서 들을 경영학 수업을 여름이면 다 마칠 수 있으므로 만족하고 있다. ^^ 다만 이렇게 숨가쁘게 듣다 보면 동기들이랑 같은 수업 들을 일은 많이 없을 것 같아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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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날 뉴스에서 본 유관순 열사의 사진 두 장. 옥중에서의 퉁퉁 부은 모습만 보다가 이런 앳된 모습을 보니까 무척 묘했다. 

(참고로 금요일 날 사진 보러 역사관 갔을 때 김복희 열사의 따님이시라는 할머니를 뵙게 되었다...!)

 

 

 

 

영강 전에는 항상 졸립기 때문에 잉여계단에 누워서 미리 눈을 붙여두었다.

우리 학교 최고 장점 중 하나가 남 눈치 안 보고 잉계에서 그냥 데굴데굴 하고 있어도 된다는 점~

그치만 아직은 자다가 깼을 때 머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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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하고 쓰지 않은 것:

 - 이번주에 생협에서 청바지 특판을 열어서 나도 월요일에는 학문관에 가서 바지를 한 벌 샀다. 골반이 넓은 편이라 바지 사는데 늘 애를 먹는데 이 날 운 좋게도 한번에 내 체형에 딱 맞는 바지를 구해서 좋았다. 

바지 한 벌 사고 필라테스 듣기 전까지 학문관에서 빈둥거리다가 우연히 단짝과 마주쳤다. 단짝도 학문관 지하로 데려가서 바지를 골라줬다. 한참 바지 골라보고, 친구가 새로 산 노트북 구경한 다음에 친구는 수업 들으러 가고 난 운동하러 갔다.

 - 빕스 기프티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수요일 날 동기 둘과 쓰려고 했다. 이래저래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다음 주로 연기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친했던 오래된 친구들 아니면 항상 혼자 식사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탓에 다음 주 수요일만 생각하면 괜시리 쑥스러워진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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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철학과 친구와 소녀방앗간에서 점심을 먹었다. (배고파서 먹느라 바빴기에 사진은 못 찍음) 혼자 먹기엔 양이 많을까봐 계속 가보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양이 딱 알맞게 나와서 앞으로 혼밥 하러 자주 갈 것 같다. 베지베어 없어진 뒤로 갈 곳 없던 나에겐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곳. 

그러고 보니 동기가 순우리집이라는 식당도 추천해 줬는데 그곳도 가봐야겠다. 채식 한다 해놓곤 요즘 고기도 채소도 아닌 어중간한 음식들만 먹은 것 같아서 반성 중이다. 

 

 

 

 

지난주에 간만의 스트레스+빡빡한 일정을 넘기고 났더니 방광염이 재발했다.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아예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앓았을텐데, 요즘은 운동도 하고 잘 챙겨 먹은 덕에 몸이 이전보단 많이 좋아졌는지 평소보다 아주 살짝 불편한 정도이다.

입에다 털어넣기 전에 손에 쥔 디마노스를 보니 꼭 내 몸에 총알을 장전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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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외고는 그냥 일진들 없는 곳에서 조용히 공부하기 좋다는 점 외에 딱히 장점은 없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특히나 그 소수의 사람들만이 꽁꽁 모여서 3년 내내 함께하는 것만큼 최악인 구조는 없었다. 다같이 가족처럼 끈끈하게 뭉쳐서 잘 지냈지만 사실 정말 가족같이 별수없이 함께 연대한다는 기분이 들 때도 많았고.. 다같이 억누르고 또 견뎌야 하는 공간 속에서만 몇 년을 지내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니 다들 훨씬 실천적이고 멋있게 살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냥 일제 강점기의 '세상이 더럽고 치사한 건 알겠는데 맞설 용기는 없는' 그런 무기력한 지식인 같은 상태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너덧 명의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가 그곳에서 얻은 건 자기혐오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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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드디어 역사관에 갔다.

일주일 내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시험 끝나고 난 다음에나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유관순 열사 사진은 이때까지만 공개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5월의 멜랑꼴리 현상 때문에 공부하기가 너무 싫기도 했고.

 

 

 

단짝이랑 야자 시작하기 전에 가끔씩 구경가곤 했던 이화여고의 심슨 홀과 비슷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옥집이었다.

 

 

 

유관순 열사 외에도 많이 알려지지 못한 이화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도 하고 있었다.

 

 

 

이 분은 '제시 이야기'의 제시 어머님 되시는 분! 이화 학당 출신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니 왠지 반가웠다. 광복 이후의 행적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영문과, 국제사무학과 교수님으로 계셨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니 벗들... 전쟁 와중에도 도서실을 만들어서 열심히 공부했다니...!

이 사진 보고 공부자극이 되어서 역사관 나오자마자 중도 열람실로 갔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바로 나왔다.

그래놓고는 갑자기 양심에 찔려서 다시 ECC 열람실로 갔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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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너무 싫어서 5년째 방치하고 있다가 계정을 삭제하려고 했는데 중학생 때 철없이 Goodreads를 페북 계정으로 가입해 버렸던 탓에 당장 지워버리지도 못하고 일단 비활성화만 해뒀다. Goodreads 계정 이메일을 다른 주소로 바꿔두긴 했지만... 혹시라도 이 계정까지도 날려먹는 일이 벌어질까봐 찜찜해서 일단 계정 삭제는 보류 중. 사이트 가입할 때 귀찮더라도 SNS 계정으로 연동해서 가입하는 건 최대한 지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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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is the Warmest Color 영문판 그래픽노블을 킨들에서 13달러에 샀다.

여태까지 10달러를 넘는 책은 산 적이 없었기에 거금을 들여서 사는 데 용기가 많이 필요했는데...

킨들에서 만화책 글씨는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곤 질러버려서 눈깔이... 빠질 것 같았다....... 심지어 텍스트 대부분이 필기체임..... 하............... 시험공부 안 하고 혼자 두근거리면서 책 열었는데 눈이 너무 아파서 그냥 다시 공부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공부 죽도록 하기 싫어서 다시 꾸역꾸역 읽어서 새벽에 다 읽었는데 눈 아픈 거랑 별개로 내용이 정말 좋았다.... 막 지금 앓고 있는 5월의 멜랑꼴리함도 더더욱 강해지구... 아스테리오스 폴립 같은 옐로우 피버 심한 만화는 이제 버리고 (그 만화책의 연출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다시 보면 엄청 빻았음) 이 만화만 이제 앓다가 죽어야지. 이런 류의 만화 어디 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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