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4월 마지막 주 일기 (적고 보니 뭔가 별로인 일기)

일기/2017 - 2019.04.27 11:38

월요일 - 중간고사 첫날 (영어 + 독일어)

 

첫 번째 시험 본 뒤의 소감을 음악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 

 

 

생각지도 못한 영어에서 썰렸다. 교수님이 인원 80퍼 이상 출석하면 바로 시험 시작하겠다고, 아마 시간이 많이 부족할 거라고 하시기에 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고등학교 때 심화영어 만큼이나 피터지겠어? ㅎ 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있다가 탈탈 털렸다. 

 

 

11시에 시험 끝나자마자 달려나와서 베지베어를 먹었다. 만드시는 분들이 요령을 터득하신 건지 양념도 더 잘 버무려졌고 야채도 더 늘어난 것 같다.

다음주면 5월인데 이제 더 못 먹을 생각 하면 속상함ㅠ

 

 

독일어 시험 치러 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ECC 가운데 계단을 올라가는 것보다는 이화동산을 오르는 것이 훨씬 덜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산 오르는 중에 까치랑 눈이 딱 마주쳤다.

 

 

 

*

화요일 - 중간고사 두번째 날 (경영학원론 + 기독교와 세계)

경원 한 달 내내 들으면서 ...? 모지....? 지금 이건 모지...? 저건 모지...?의 상태로만 들었고 듣는 수업 중 가장 고학번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월요일 날의 슬픈 상태 그대로 공부하려니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시험은 거의 족보랑 비슷하게 나와서 오히려 재미 붙이고 잘 듣던 수업들보다 수월하게 시험을 쳤다. 객관식은 좀 헷갈렸지만... 서술형은... 그냥 내 생각+교수님이 원하실 만한 얘기만 붙이면 되니까..... 훨씬 마음이 편했다.... ㅋㅋㅋㅋㅋ

기세(시험과 관련해서 인상적인 사건이 없었으므로 딱히 코멘트를 붙이지 않겠음) 끝나고 나면 금요일에 회정원 시험 치기 전까지 쭉 일정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이날은 그냥 점심 먹고 나서 잠깐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집으로 갔다.

참고로 이 날은 박스퀘어에서 포케보울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 카드 인식이 잘 안되어서 포기하고 그냥 또 베지베어를 먹었다. 매일매일 맛있게 먹는 베지베어였지만 원래 먹으려던 걸 못 먹고 먹으려니까 좀 괴롭고 슬펐다...

 

 

 

*

수요일 

수업이 전혀 없었지만 오후엔 필라테스를 가야 했고... (내가 이번 달에 이런저런 일들로 너무 자주 빠져서 그냥 스킵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공부 안 하고 쓰레기같이 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전날 학교에다 공부할 책들을 다 놔두고 와서ㅋㅋㅋㅋ 아침 일찍 등교했다.

공부는 잘 되었다만... 생각보다 할 것들이 금방 끝나버리고, 내 인생이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어쩜 이렇게 집-학교-학교 열람실-집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에 환멸이 느껴져서 다짜고짜 시청역으로 갔다.

 

 

낡고 흉흉한 2호선은 너무 싫지만 시청역에서 나섰을 때 나오는 이 곳은 정말 좋다!
홈스쿨링 시절에는 자주 들리던 곳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아예 학교 근처 + 집도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 일대 자체가 내 삶의 일부 같다. 당장 이 사진에 찍힌 gs25 윗층의 스패뉴도 중학생 때 가족이 자주 가서 저녁을 먹었던 곳이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스패뉴 왼편으로는 고1때 선배 언니가 졸업하면서 데리고 갔던 카페도 있다. 

광화문=내 삶의 일부라지만 나는 여전히 이 주변에서 자주 길을 잃거나 지하철도 잘못 타곤 하지... 

 

 

 

어쩌다보니 이화여고 쪽으로 가게 되었다. 여고 거쳐서 우리학교까지 가볼까?! 하는 충동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가 포기했다.

아하바브라카도 선배 언니가 점심 사줬던 곳인데... 설마 없어지는 건가 하고 봤더니 리모델링 중이었다.

 

 

 

걷다보니 서대문역까지 와버렸다. 고등학교 때 내 등하굣길을 그대로 체험했는데 여긴 여전히 많이 춥다. (그땐 꼬박 교복치마를 입고 등교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역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너무 추워서 괴로웠음)

역에 이런 광고가 새로 붙어서 한참을 읽어봤다. 역사의 얼굴(이라기보다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은 언제나 남성을 디폴트로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서서히 여성들의 모습에도 조명이 비춰지는 것 같아서 좋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지하철 타고 교보문고로 갔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냥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킨들 산 이후로 오프라인 서점 구경하는 것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아니 아마존만 들어가면 훨씬 싼 값에 다양한 책을 고를 수가 있는걸...

 

발은 무시하도록 하자.

 

교보문고에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원서를 발견했다. 우리 집에 있는 번역본은 800페이지 가까운 쪽수에 베개로 써도 괜찮을 묵직한 양장본이었고, 가격도 2만원대였는데, 원서는 훨씬 작은 크기임에도 더 얇고 가볍고 9천원밖에 하지 않는다. 번역서들 책 크기랑 가격은 대체 어떻게 불리는 거람... 

 

목요일 -

이 날도 수업이 없었어야 했지만.. 이미 교양시험 기간이 끝났기에 독일어는 점수확인을 하러 가야 했고 저녁에는 기세 수업이 있었다(예수님을 찾아서.............) 시험지 받아보고 나서 보니까 맞게 써놓곤 오답을 썼다고 생각하면서 며칠을 생쇼한 거였다.

 

이건 영어 수업에서 우리 조가 퀴즈 1등 하고 받은 파일인데 그때만 해도 이 과목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을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ㅋㅋ 이 파일의 단점은 저 문장을 볼 때마다 마지막 부분을 '사랑하는 것이다'로 수정해주고 싶은 거다..

 

 

독일어 끝나고 정문까지 나가서 밥 사먹기 귀찮아서 그냥 생활관 가서 학식 먹었다. 생활관 베트남 음식 나름대로 내 길티 플레저였는데 (그 기대에 어긋난 맛없음이 은근한 쾌감을 준달까...?) 이 날 너무 맛이 형편없어서 다신 안 가기로 결심했다. 

공강이 길어서 잠깐 공부하다가 도서관으로 가서 한참 책 구경하다가 수업 들으러 갔다. 셜리 잭슨 단편집은 생전 아무도 안 읽는 것 같더니 이날 누군가가 빌려가서 대신 조이스 캐롤 오츠 소설들을 찾다가 '폭스파이어'를 빌렸다. 이 소설 딱 '스탠 바이 미'의 여성서사 버전 느낌인데 정말 재밌다.

 

 

 

이날 스포티파이에 드디어 레모네이드가 떴다는 걸 알고 열람실에서 종일 들었다. 헠헠 Hold Up이랑 Formation 정말 좋다.

 

 

문제 풀다가 갑자기 회사 이름 이쁘게 쓴 것 같아 자랑스러워서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 - 중간고사 마지막 날 (회계정보원리)

 

시험 끝나고 공강시간에 우리학교 근처에 사는 절친을 만나서 같이 리화인 와플을 사먹기로 했다. 근데 내가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탈이 나버려서... 리화인은 못 가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시험 끝나고 밀가루만 먹겠다고 벼르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ㅠㅠ

 

 

대신 뭐라도 사먹고는 싶었기 때문에 하드투포겟에서 베트남 음식을 사먹었다. 조금 뜬금없는 메뉴처럼 보이지만 여기 감자튀김이 엄청 맛있다.

 

 

점심 먹고 나서는 이화빌딩 놀숲으로 가서 2시간 동안 만화책을 읽었다.

아이스 헤이번, 고양이 낸시를 읽고 아이사와 리쿠는 2시간이 지나서 읽다가 말았다 (일본만화 특유의 요상한 정서가 거부감 들어서 그만 읽으려던 참이었음) 고양이 낸시는 정말 귀여운데 막 취저 까지는 아니었구... 아이스 헤이번이 정말 개또라이같은 만화여서 혼자 쪼개면서 봤다. 

만화 보고 나온 다음엔 친구랑 잠깐 ECC에서 방황하다가 헤어지고 (학교 기념품졈도 구경시켜 줬다. ㅋㅋㅋㅋ) 영어 수업 들으러 갔다. 시험 다 끝나고도 수업 들을 생각에 좀 싱숭생숭했는데 이날은 그냥 영화를 봤고, 성적도 확인했다. 싱숭생숭하기 그지없는 점수였다. ^^

비록 탈이 났지만 어차피 시험도 끝났고 다음날은 주말이니깐 집에 와선 비빔면을 먹었다.

그리고 밤새서 잉여스럽게 놀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일찍 뻗어버렸지.

 

 

*

 

음... 마무리를 못 짓겠다.

 

 

+)

블로그 카테고리 폰트를 성공적으로 바꿔서 몹시 흡족하다. 텀블러 하던 시절에 알게 된 Homemade Apple이라는 폰트인데 지금 스킨에 잘 어울린다ㅎㅎ 정비하는 김에 오래전에 쓴 글들도 다시 봤는데 대충 내 글에 대한 내 감상은 이러했다 :

 1. 10년 전 초딩 때 쓴 글들은 귀염뽀짝해서 미칠 것 같다. 이불킥 하고 싶은 내용인데 너무 귀여워서 지우지도 못하겠엌ㅋㅋㅋㅋㅋ 내 글씨 변천사를 쭉 정리한 글도 있던데 와 내가 이런 글씨였던 시절도 있었다니! 하면서 한참을 진지하게 읽었다.

 2. 지금도 글을 가증스럽게 쓴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서 가끔 찔리는데 중학생 시절에는 봐줄 수가 없을 수준으로 가식적이다.

 3. 고1~고3 때 글은 누가 봐도 극도로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게 느껴진다. 그냥 읽기만 해도 그 시절의 숨막히던 기분이 다시 느껴져서 보기만 해도 우울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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