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를 와서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되어 간다.

그 동안 홈스쿨링을 하면서 제일 걸림돌이 되었던 점은 운동 문제랑 '친구' 문제였는데, 14년째 외동딸로 살아온 나는 단 한 번도 '심심해'란 말을 입 밖에 내보낸 적이 없었지만, 친구들이랑 전혀 만나지 못하니까 조금은 심심할 때가 많다. 아직 내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내 친구한테는 언제까지 속여 가야 할지 막막기도 하고-검정고시를 본 다음에 천천히 얘기할까 생각도 하고 있다-'친구들이랑 놀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엄마께서 친구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계시긴 한다. 하지만, 뭐라고 설명하기 참 어렵지만...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 건 엄마랑 같이 노는 것처럼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다르다고...해야 하나...?) 몇 번 친한 친구 두 명이랑도 문자를 보내 봤지만, 난생 처음 밤 12시까지 한시간을 넘게 폭풍 문자를 했던 일을 제외하면 둘 다 나와는 다르게 주말까지 지옥을 경험하느라 너무 피곤한 상태라 금방 문자 보내기가 끝났다.

그래서, 내가 주로 하게 된 것은 '아이팟이 뜨거워질 때까지 붙들고 있기'와 '생각 중이라고 말해놓곤 잠들어 버리기', '엄마랑 간식 먹으면서 수다 떨기', 그리고 요즘 시간을 많이 늘려야 겠다고 생각하는 '책 읽기'가 있다. 홈스쿨링 하면 코피를 질질 흘려 가면서 공부하고, 아이팟에 먼지가 수북히 쌓일 정도로 책을 하루 종일 읽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팟이나 컴퓨터만 두들겨 대고 있고, 공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보다 더 안할 때가 종종 생겨난다. 이사 가기 전엔 엄마한테 맨날 '홈스쿨링만 시작하면'이라는 말을 남발하면서 다 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는데, 역시 현실은 원하는 대로 잘 안 이루어진다. 그것보단 내가 계획한 것에 비해 노력하고 있지 않는 것 같기도.. ㅠㅠ

어쨌든, 내가 이번에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집에서 하는 일들-특히 노는 것-노는 것들 중에서도 윗 글에서 나왔던 것들'이다. 공부 얘기는 이미 지난번 글에 약간 섞여 있었고, 혹시 나처럼 홈스쿨링을 하고 있지만, 집에 있는게 너무 지겹고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우리 집이랑 환경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1. 아이팟 뜨거워지도록 붙들고 있기

  


작년 12월에 아빠께서 아이팟 4세대를 사주신 이후로 더욱더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팟.. 정말 할 일이 없을 때는 시간도 금방 가게 해 줄 정도로 재밌는 녀석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생각해 봐도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정말 가끔가끔 머리 식힐 겸 하는 건 좋아도, 오래 붙들면 나중에 엄마 눈치도 보이고(!) '나 수학이랑 과학 문제집 풀어야 하는데...' 등의 죄책감과 동시에 '그래도 게임은 마저 해야지'라는 게임에 대한 열정이 겹쳐져서 자기가 자기를 고문하는 경우가 생길 때도 많다. 그리고, 책 읽는 시간도 너무 줄어들고 할 일도 점점 안 하게 된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아이팟을 붙들게 되느라 안 움직이게 된다는 점! 안 그래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데다가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로 많이 먹었던 것도 있지만, 내가 살이 찐 원인들 중엔 아이팟도 하나라고 볼 수 있다.


2. 생각 중이라고 말해놓곤 잠들어 버리기

  -학교에 다닐 때는 '지각하기 싫어'라는 마음 때문에 몸이 무겁고 눈은 계속 떠지질 않아도 알람이 울리면 강제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내 두뇌가 마음을 완전히 놓았는지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 먹으라는 소리에 헐레벌떡 깨어나는 일이 생겼다. 다행히 이 점은 점점 다시 학교에 다닐 때처럼 되어 가고 있지만, 일찍 깬 날은 잠시 후 다시 잠들어 버린다.

가끔 춥거나 엄마랑 같이 책을 읽을 때는 침대에 들어가서 포근하게 책을 읽다가 멍해진다. 그러면 엄마께서 "뭐해?"라고 물으시고, 나는 "생각 중이야." 라고 한다. 생각을 마친 후 시계를 보면, 타임 리프에 성공한다. ㅋㅋ 

이사 온 이후로부터는 진짜 많이 잔다. 내 생각엔 공부 하는 시간이랑 잠 자는 시간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 그래서, 너무 많이 자서 이것도 하나의 주특기가 되고 말았다. 아이팟처럼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할 별로 좋지 않은 주특기다.


3. 엄마랑 간식 먹으면서 수다 떨기



전에 살던 집은 베란다가 낡고 좁은 편이라서 창고 용도 외엔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이사 온 집은 베란다가 넓고 깨끗해서, 엄마께서 땀을 뻘뻘 흘려 가시면서 정리하시고는 한쪽을 쉼터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셨다. 처음에는 그냥 베란다로밖에 보이질 않아서 시큰둥했는데, 엄마께서 책상도 직접 식탁보를 만드셔서 꾸미시고, 잘 안 쓰는 의자들도 두니까 점점 마음에 드는 거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보다 내가 더 베란다에 가서 놀고 싶어한다.

베란다에서는 항상 엄마랑 같이 간식도 먹고, 책도 읽고, 아이팟도 하고, 얘기도 한다. 얼마든지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베란다에서 하면 뭔가 색다르고 신이 난다. 그래서 베란다는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 중 내 방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4. 책 읽기


  -'아이팟 두들겨 대기'랑 '잠 자기'는 점들을 제대로 고친다면,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세운 계획들 중 하나는 독서량을 엄청나게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은근히 게으르면서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쉬는 시간이나 주말에는 자꾸 아이팟만 붙잡게 되고 하니 책 읽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갔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팟을 붙잡는 시간도 많이 줄여 보려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방 한칸을 책으로 다 뒤덮고는 그 책들을 다 읽는 나였는데..)

그리고 집에는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바로 집 앞에는 도서관이랑 영풍문고가 있어서 독서하기 정말 좋은 곳에서 살고 있는 내가, 굳이 책들을 뒤로 하고 시간을 허비하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쓴 순간부터는 정말 많이 노력해야겠다.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잘못했던 게 너무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물론 일기에다 반성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구점에서 파는 일기장들도 '오늘의 반성'칸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는 일기가 아니라 내 잘못들을 모두 적어나가면서 고해성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문제 있어 보이겠지..-.-), 전에도 반성했던 걸 고치지 못해서 다시 새로운 글에다가도 또 반성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이제는 나도 글에다가 점점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아래는 여태까지 썼던 홈스쿨링 이야기이다. :-)


2011/02/07 - [꿈꾸는 방/일기장] - 중학교 입학 배정 통지서를 받고 나서... (10년 동안 꿈꿔 온 중학교에 대한 아주 긴 글)

2011/03/11 - [꿈꾸는 방/일기장] - 홈스쿨링을 했던 약 2주동안에 있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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