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 2019.03.24 11:27
  • 어릴 때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본 다음에 내가 얻었던 깨달음은,

     1. 외국어를 많이 배운다.

     2. 잡다한 재주를 익힌다. -> 손재주가 없으면 회계를 공부하면 된다.

    .... 였다. 두 작품을 보면 억울하게 죄수가 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외국어를 할 줄 알고 구두를 고치거나 장부를 만질 줄 알면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깨달은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실천은 잘 하고 있다. 어느 하나 제대로 잘 하는 건 없이 '배우긴 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수준인 게 문제이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직까지는 감옥에 갇히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차분하게 잘 준비만 하면 먼 미래에 세계 대전이 터지고 포로가 되어도 살아남을 수는 있을 거다. (근데 요즘은 내 몸이 너무 허약해서 전쟁포로가 되면 별로 오래 생존하진 못할 것 같음)


    *

    그래서 내가 원래 하려던 말은, 이제 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운지 3주차가 되어가는데,

    아직은 정말 인사, 안부 묻기 수준밖에 배우지 못했지만 의외로 독일어가 스페인어보다도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솔직히 스페인어는 기껏해야 '핏빛 자오선', '내일을 향해 쏴라', '린 온 피트' 같은 미 서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읽을 때나 유용했고 (막상 적고보니 내 최애 작품들을 덕질하는 데 스페인어가 유용하긴 했다...?) 스페인어권 문학작품, 영화 중에선 내 취향에 맞는 게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딱히 덕질에 써먹을 데가 없었다. 반면 독일어권에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빔 벤더스처럼 좋아하는 소설가나 영화 감독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배우고 나면 덕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어 실력이 덕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에 대한 애정이 식고 독일어는 앞으로도 더 공부해봐야겠단 의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 그리고 외국어 배울때마다 맨처음에 인사+안부묻기+이름, 나이, 출신지 묻기 부터 배우는 거 좀 가증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야 이 표현들이 모국어를 쓸 때조차도 몹시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안부는 한국에선 쓰잘데기 없는 것 같긴 하다)

    동아리에서도, 교양 수업에서도 무조건 안녕하세요?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어느 과세요? -> 혹시 몇 년생이신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이걸로 인간관계 다 끝남... 


    아무튼 독일어 수업 갔다와서 갑자기 이런 얘기를 좀 주절주절했다


    *

    우먼카인드 2월호에 나왔던 부정적인 자기암시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요새 무척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고등학생 무렵부터 그냥 숨쉬듯이 매일 스스로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헐뜯는 데에만 열중한 나머지 입시가 다 끝나고 나서도 피해망상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는데, 요즘은 조금이라도 내 자신이 병신 같다, 너무 나댔다는 생각이 들면 '이건 내가 성급하게 일반화 하는 거야',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남들이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진 않아'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진정시키곤 한다. 

    어떤 내용의 잡지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은 채로 읽었던 잡지인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뉴필로소퍼 말고 이걸 구독해야겠다. 철학은 뭐, 이번에 철학회 가입했으니까 동아리에서 더 전문 서적을 많이 읽을 수 있을 테고...


     *




    ENFJ에서 INTJ로 바뀐 나는 인간미를 잃은 것인가...!!

    아니 왜 INTJ는 전부 빌런으로만 묘사가 되어 있는거야... 디즈니 캐릭터들 MBTI별로 분류해놓은 거 보니까 INTJ는 말레피센트랑 스카, 니모의 길... 이런 애들밖에 없다... 다들 컬러풀한데 혼자서 다크다크함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철학자 에인 랜드도 전형적인 INTJ라곸ㅋㅋㅋㅋ





    이건 좀 만족스러웠다. ㅎ... 하우스...! 풓ㅎㅎㅎㅎㅎㅎㅎ.....! (enfj 시절도 나쁘지 않아..!)





    *



    아니 이놈들아 내가 기껏 미국 계정으로 프리미엄 쓰기 시작했더니 이제서야 진출하는 거냐!!!


    *

    혼밥하는 거 좋아하는데 국제관에 있는 식당에선 내 또래 학부생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나이있으신 분들이 되게 고급메뉴를 드시고 계셔서 혼자 식당 한구석에서 삼천원짜리 김밥한줄을 먹고 있자니 매우 처량했다. (게다가 왠지 이날따라 수전증이 와서 한심스러운 꼴로 부들부들 떨면서 국을 먹어야 했음)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날이 오긴 할까 싶었는데 이번주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엔 그냥 좀... 탕수육이 땡기네... ㅎㅎㅎㅎㅎㅎ 였고 고기 못잃는 내 식성 탓에 시작하는 과정도 무척 험난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무사히 지켜가고 있다.





    학교 푸드코트에서 돈가스 대신 돌솥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기 따로 빼야 하나 했는데 야채만 든 메뉴가 있었음)

    채식 시작하면서 고기만 먹고 살던 내가 고기를 끊으면 굶게 되지 않을까? 학교에서 밥 사먹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애초부터 내가 먹는 양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해서 딱히 배를 곯거나 메뉴 선택에 제한이 생기지는 않더라...

    아니 오히려 육식하던 시절보다 더 다양하게, 더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학식으로 돈가스 먹었던 기억밖에 나질 않는데 (바깥 나가기도 너무 귀찮고 나가봐야 혼자 먹긴 부담스러운 메뉴밖에 없어서 걍 그렇게 먹음) 지금은 오히려 학교 주변에 먹을 만한 식당들도 찾아보는 중이다. (다만 이번주는 만사가 귀찮아서 매일 돌솥비빔밥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공강시간에 중도 가서 좋아하는 소설들의 원서를 뒤져봤다. 

    We Have Alwyas Lived in the Castle 저 판본은 배송이 오래 걸린대서 다른 버전으로 샀는데... 여기 있어서 괜히 기뻤음

    아인 랜드 책 중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이기심의 미덕은 이날 안 보였고 Atlas Shrugged는 생각보다 어마무시하게 두꺼웠다.

    그리고 그와중에 오래된 파운틴헤드 번역서 (제목이 '마천루'로 번역됨) 왜때문에 작가 이름이 하인 랜드가 된건지 매우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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