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결정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전에 썼던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던,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었다.

교복 입고 중학교 가는 친한 친구들이나, 그냥 인사만 가끔 하는 정도의 관계인 아줌마들과 학교 갈 시간에 마주쳤다간 그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참 갑갑했다. 그래서, 나는 이사를 가게 되는게 너무나도 기뻤다.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더 넓은 새 집이라서 좋은 것도 있었지만,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되기 때문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집과 정말 가까웠던 잠실 교보와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이사와서 짐을 어느정도 다 정리한 후, 광화문교보에 가서 중학교 교과서 몇 권-국어·사회·과학·한문만 샀는데, 모두 그냥 재밌는 책 읽듯이 읽어보려고 한다-과 중학교 문제집들, 그리고 검정고시 문제집들을 샀다.

검정고시는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험이다. 그래서, 엄청 쉬울거라고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연필을 쥐었는데, 오랜만에 머리를 쓰니까 잘 안 되는 것도 있었고, 중학교 3년 과정을 단 5개월만에 공부해야 하니 만만치가 않았다. 국어, 사회, 영어, 도덕은 괜찮지만 수학이랑 과학은 조금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검정고시 공부하기 직전에 가장 무서운 과목이 '수학'이다. 막상 문제를 풀면 가위표 천지가 그려지진 않지만, 음... 수학에서 많이 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진다. (다행히 검정고시는 평균 60점만 되어도 합격이라고 하길래, 조금 마음이 놓이긴 한다. ^^) 또, 새로 산 문제집들을 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로 벌써 며칠째 검정고시만 준비하고 있는 중이니, 자꾸만 파란색,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표지의 검정고시 문제집에 비해 너무나도 알록달록하고 예쁜 중학교 1학년 1학기 문제집들에 눈이 가게 된다. 게다가 내 또래 친구들은 학교에서 1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을 텐데, 나는 검정고시를 본 다음인 8,9월에야 1학기 진도를 빨리빨리 나가야 하니... 초조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친구들한테 연락이 안 오니까 외롭다!! 14년째 외동딸로 살아왔던 나는 여태까지 외롭다는 생각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혼자서 잘 놀지만, 친구들이 이젠 더 바빠져서 문자가 거의 5일에 한 번 꼴로 온다. 전에는 너무 답장 보내는게 귀찮아서 어떻게라도 친구들이 문자를 더 안 보내게 하려고 말을 끊었던 내가, 이젠 스팸 문자만 와도 반가워한다. 그리고 자꾸 열심히 수업 받고 있을 아침 11시나 오후 2시쯤에 친구들에게 잘 있냐고 문자를 보내려고 한다. 

다음에는,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들을 적어보겠다.

먼저 가장 좋았던 점은,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나는 자유롭게 어디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거다. 아침부터 동네 한 바퀴를 돌 수도 있고, 점심 시간에는 시간을 내서 서점 같은 곳도 갈 수 있다. 또, 학교에 다닐 때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봉사 활동 같은 것들도 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도 시간이 많이 여유로웠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보낸 6시간도 다 자유시간이니까 보람 있는 일들도 자주 할 수 있다. 아직은 많이 한 일은 없지만, 다음 주 월요일에 점자도서관에 가서 입력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또, 아무래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서로 더 정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전에도 엄마 아빠와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큰 충돌이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특히 엄마랑은 교환일기로도 소통했지만, 이제는 24시간 내내 함께 있으니 얘기도 더 많이 하고, 더 자주 같이 나가고 하니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전에는 절대 말도 못하고 나 혼자서만 숨겨 왔던 충격적인 내 몸무게에 대해서도 툭 터놓고 부모님께 다 하소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좀 아닌가?

하지만 나쁜 점은, 전혀 안 움직이게 된다. 평소에도 나는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주말에는 그게 더 심해서, 토요일, 일요일엔 친구들끼리 만나서 노는 것도 꺼려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사 온 이후로는 학교에 안 가니까 설렁설렁 아침밥을 엄청나게 먹어대고, 오레오 세 상자를 하루만에 먹어치우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틀 전 위핏으로 체중을 재어 봤다가 기절초풍할 사건이 터졌다. 이사가기 전보다 엄청나게 찐 것이다. 결국 나는 그날 충격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고, 그 사건 이후로 요즘은 계속 어떻게라도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이틀만에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 휴...) 등교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는 나갈 일도 없으니, 점점 더 안 움직이게 되는게 가장 큰 단점이다.

그리고, 집에만 있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은 점점 더 안 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도 학교 준비물을 사거나 숙제를 하는 등 해야 할 일들이 여러가지가 생기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으니 아이팟을 두들겨 대면서 '어, 나 공부해야 하는데... 근데 감자도 캐야 하는데..(스머프빌리지!!) 아이고... 미치겠네~' 이렇게 되면서 엄마 눈치를 살살 보게 된다. 더군다나 아빠 하시는 일과 관련되어서, 우리 집엔 아빠께서 회사에서 가져오신 아이패드, 맥북에어, 갤럭시탭으로 넘쳐난다.(내가 이걸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면 애들은 숨이 넘어간다. ㅋㅋ) 거기에 내가 쓰는 아이팟 4세대까지 있으니...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부터 결심한 '책 많이 읽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무조건 좋은 점만 있을 줄 알았지만, 힘든 점들도 몇 가지 있다. 아직은 홈스쿨링을 제대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 차츰 나한테 맞는 생활 방식은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계획도 더 구체적으로 잘 짜고, 고쳐야 할 부분들은 고칠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가장 내가 고쳐야 할 점은 아이팟과 컴퓨터 광클질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제 읽어야 할 책들도 많이 생겼으니, 많이 노력해봐야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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