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의 책들
  • 2019.03.02 00:09
  •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 / Shirley Jackson ★★★☆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숨통 조이는 공포소설이 아니라 조금 실망했는데, 아마 내가 이 책 저 책 동시에 읽느라 속도감 있게 읽질 못해서 긴장감이 덜했던 듯하기도 해서 언젠가 다시 읽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근데 다 읽고 여러번 곱씹어 보면 볼수록 시시하다는 생각보단 딱 내가 기대하던 오싹함을 발산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름끼쳐야 할 순간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나와서 어? 지금 이거 정상적인 상황이야?? 라고 갸우뚱하면서 다시 내가 맞게 읽은 건지를 확인하게끔 만들고, 결말도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비정상적인 등장인물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가장 이상한 캐릭터인 메리캣이 제일 공감이 가는 인물이라는 점도 꽤 소름끼친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 중 메리캣은 가장 대놓고 '악'으로 간주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보이곤 하지만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헤헤거리는 콘스탄스와 달리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심리는 은근히 우리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내면 깊숙이 숨겨두는 본심과 몹시 비슷해서... 메리캣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 또한 실은 그와 같은 악함을 어딘가에 감추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감독은 반드시 요르고스 란티모스로 섭외해야 할 것 같다.




    The Witch / Shirley Jackson ★★★★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을 다 읽고 나서 구글에서 pdf본을 구해 읽어봤다. (7쪽밖에 되지 않아서 읽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단편도 앞서 말한 소설처럼 이거 얘기가 뭐 이래? 하다가 막판에 가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이 두 권을 연달아 읽고 나니 셜리 잭슨의 소설들은 극히 일상적인 상황에서 오싹한 상황을 건조하게 표현해서 분위기를 순식간에 굳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 느낌을 설명하자면, 일종의 행복한 일들로 (i.g 면접에 합격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돈이 생겼을 때) 황홀감에 젖어 있던 중 갑작스럽게 내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따끔 생겨날 행복을 마취제 삼아 영원히 삶에서의 번민과 고통을 겪여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의 그 싸한 느낌과 같다. 귀신이나 미치광이 살인마를 등장시키지 않고 무료한 일상을 소재로 공포감을 조성해서 독자들을 소름돋게 만드는 것이 그의 소설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Forever... / Judy Blume  ★★☆


    20세기 여인들에서 엘 패닝이 이 책을 읽는 장면을 보고 읽어봤다. 출간되었던 당시 노골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일었다는 점, 그리고 '10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은 항상 여자아이들에게 임신이라는 형벌을 내리는 식으로만 끝난다'는 작가의 서문에 진보적인 소설일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냥 딱... 출간 당시에만 무척 파격적이었을 소설이었다. 자극적이기만 하고 개연성이 너무 떨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나이 대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쇼콜라 소설(ㅋㅋㅋㅋㅋ)을 영문으로 읽는 기분이었음... 주디 블룸의 의도는 성관계=무조건 범죄가 아닙니다! 10대 친구들도 할 수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중간에 야한 썰 풀어주다가 원래의 목적을 잃고 10대들의 사랑은 참 변덕스럽지? 식의 결론을 도출하고 말아서 결국에는 여느 기성 세대들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하고 만 느낌이다. 그리고 난 이 소설이 적어도 성에 대해 남자들도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 정도는 당연히 할 줄 알았는데 여자 주인공만 일방적으로 피임 계획하고 남자 주인공은 사실은 그냥 정욕덩어리면서 개념인 코스프레를 하는 게 너무 짜증났다.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한 소설 치고는 문체가 너무 유치한 것도 아쉽다.  



    Agnes Grey / Anne Bronte ★★★★


    이건 따로 글을 썼으니 생략.


    피구왕 서영 / 황유미 ★★★


    아몬드 읽으려고 서점 잠깐 들렀다가 표지에 끌려서 이걸 대신 읽고 돌아왔다. 글 자체는 고등학교 때 교내 문학 공모전 수준 정도라 딱히 잘 썼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는데, 억지로 문장 하나하나를 수식하려고 애쓴 가식이 느껴지지 않아서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


    과학을 좋아하는 내 친구는 요즘 비문학 위주로만 읽어서 문학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던데 나는 그 정반대라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문학은 다양한 서사를 통해서 삶을 성찰할 수 있고 한 이야기를 두고도 여러 해석을 해보는 재미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객관성으로 단단히 뭉친 지식을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갈수록 내 지식 체계가 고등학교 국어 모의고사 없이는(...)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에만 너무 최적화되다 보니 내 두뇌 자체도 비문학에는 은근히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3월부터는 비문학 서적 비중을 늘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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