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01. 마지막 주
  • 2019.02.01 17:57

  • 이번주도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모두 병듦에 따라 (나는 운동부족으로 걸핏하면 아픈 아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뒹굴거리면서 본 책과 영화 이야기밖엔 할 얘기가 없다.


    *

    귀를 뚫었다.

    갑자기 뚫으러 간 거라 흐엑;;;;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 하고 한 번 가게를 뛰쳐나갔다가 다시 맘먹고 들어갔는데 거기서 그러고 있는 인간은 나밖에 없었다. 사촌동생뻘 되는 애들이 마치 과자 사먹으러 온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귀를 뚫고 있었곸ㅋㅋㅋㅋㅋ 거기서 처음 귀뚫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누구도 나의 공포를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덤덤해 보였으나 나는... 진짜로... 수능 치던 날보다도 더 떨어서 생전 흘리지도 않던 손바닥 땀이 줄줄 흘렀으며 급격하게 과묵해졌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솔직히 내 돈 내고 내 생살을 뚫는데 안 떨리는게 이상한 거잖아....

    십자수 놓을 때 천에 바늘 뚫는 것과 같은 뻑뻑함에 통증이 더해진 느낌이었는데... 막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던 주사 놓는 것 같은 따끔한 정도도 아니었다. 견딜만은 한데 더 뚫진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한동안 돈이 생기면→킨들로 탕진을 했으나 당분간 귀걸이로 방향이 전환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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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왓챠에 들어와서 엄청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고요해서 다 보는데 세 달이 걸렸다. 레박이나 왓챠 보면 호평 일색이라 더 기대를 했지만... 다 보고 나서 남주가 눈 뒤집어져서 애꿎은 여자애 하나 죽이고 감옥 갔다는 얘길 하려고 4시간이나 뜸을 들여야 하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동일한 이야기를 더 짧은 시간에 훨씬 흥미진진하게 들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긴 러닝타임에 걸쳐서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를 보여주지 않고선 표현될 수가 없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도 아니면 내가 헐리우드 영화의 화려한 서사구조에만 너무 익숙한 것이거나. 지금까지 본 중화권 영화 중 화양연화를 제외하곤 전부 재미없게 봤다는 걸 생각하면 아마 후자가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 피아니스트 : 재수할 때 소설을 재밌게 읽고 봤던 영화인데 안그래도 정신병 걸릴 것 같은 내용을 영화가 정말 잘 각색했다.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는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고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다... 또라이처럼 들리긴 하지만 에리카의 모습에 동질감을 많이 느껴서 (앞으로도 내가 지난 수험생활처럼 정말 내 커리어에만 열중하고 극도로 메마르게 살아간다면 40대 무렵에는 에리카처럼 너무 순진한 탓에 기형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하려 드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는 내내 맴찢했다.

     - 항해자 : 버스터 키튼을 덕질하면서 본 영화. 20년대 영화 치고 여주인공도 꽤나 주체적인 인물로 나와서 흥미로웠다. 다만 식인종 나오는 장면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음.무성영화에 재미를 붙이게 되어서 조만간 해럴드 로이드,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영화들도 찾아보기로 했다.

     - 비브르 사 비 : 나는 고다르랑 잘 안 맞는다. (생각해보니 '미치광이 피에로'는 재밌었다) 맨 처음에 나오던 몽테뉴의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 이 영화만큼은 재밌을 줄 알았는데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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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꼭 보기로 마음먹은 고전영화는

     - 여자는 여자다 (1961) / 장 뤽 고다르

     - 8과 2분의 1 (1963) / 페데리코 펠리니 / 사실 이미 주인공 추락하는 장면만 네 번을 봤다. 아직은 재밌게 볼 엄두가 안 남

     - 겨울 빛 (1963) / 잉마르 베리만

     - 이창 (1954) / 알프레드 히치콕

     - 버스터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 해롤드 로이드가 나오는 무성영화

     - 아이들의 시간 (1961) / 윌리엄 와일러

     - 늑대의 시간 (1968) / 잉마르 베리만

     - 모니카와의 여름 (1953) / 잉마르 베리만


    사실 그동안의 내 취향에 따라 잉마르 베리만과 버스터 키튼에게만 몰아주기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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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올해 읽기로 결심한 책은 (더 많지만 그중 특히나 올해 내로 읽고 싶은 것)

     -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 (수험생활 내내 생윤에서 날 고문하던 소로놈... 나 개고생 시킨 장본인 중 하나임... 이젠 월든의 작가로 보이질 않는다...)

     - 아몬드 / 손원평

     -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 Mark Twain

     - 분신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어차피 문학은 킨들로 책을 하도 사대서 굳이 읽고픈 책을 더 정하지 않아도 올해는 많이 읽을 것 같다.

    올해 철학 서적을 많이 읽기로 마음먹었는데 과연 1년동안 이걸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빨리 끝내야 할 책도 지금 넘쳐나는 상황이라...

    최근에 과학 좋아하는 친구랑 대화하면서 내가 문학 외의 도서는 너무 안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제나 사회학, 철학, 과학 중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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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에서 받은 CPT를 팔았다.

    원래 4만원 받는 걸로 알고 있다가 내가 별 생각 없이 팔던 시점에서 가격이 올랐는지 무려 9만원이 생겨났다. 매도하던 순간에는 한번도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긴장되었으나 공돈을 번 뒤에는 마치 9억을 번것마냥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ㅋㅋㅋㅋㅋ

    막상 돈이 생기니까 돈이 없던 시절보다 더 구두쇠가 되어서 돈을 한 푼도 쓰고 싶지가 않다. 돈 받자마자 기념으로 'The End of the Fucking World' 산 것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하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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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데 너무 지루하다...

    지금까지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은 재미가 크게 있진 않아도 감동은 있었는데 이 소설은 끔찍하리만치 집중이 안 된다. 의식의 흐름이 끝없이 이어져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너무 뇌빠진 채로 읽어서 지금은 피터가 누구고 리처드는 누구였지? 지금 말하는 건 누구지? 하면서 읽고 있음ㅋㅋㅋㅋㅋ 끝까지 읽어봐야 내용이 괜찮은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40% 가까이 읽은 지금까지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 절망적이다. 그나마 내가 이걸 꾸역꾸역 읽고 있는 이유는 영화 '디 아워스'가 이 소설을 소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인물 설정도 거의 유사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클라리사가 파티를 주관하고, 리처드라는 친구가 있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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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필로소퍼 창간호 이후론 못 읽어보다가 이번에 vol.5를 사봤는데 창간호보다 내가 더 관심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금세 다 읽었다.

    퓨어 문과생인 나에겐 스켑틱보다는 이 잡지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스켑틱도 재밌게 읽긴 했지만 최근 나온 기사들은 내겐 너무 난해했음;;) 철학을 너무 딱딱하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에 적절하게 접목해서 가볍게 읽기도 좋고 철학 관련 서적을 읽어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 이 잡지에서 언급된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찾아볼 수도 있어서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 교정에 별로 큰 신경을 쓰지 않은 티가 많이 난다. (번역 자체는 잘 했으나 문장구조의 오류나 오타가 너무 자주 발견된다)

    작년엔 시간이 나질 않았지만 올해부턴 우먼카인드, 스켑틱 모두 포함해서 골고루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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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reads 서버 다운되었을 때 나오는 페이지 엄청 오랜만에 본다. 전에 봤을 때도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봐도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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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들에서 사고 싶은 책들은 매번 바뀌는데 이번에는 만화책 몇 권이랑 Wicked, The Price of Salt, Agnes Grey, The Moon and Sixpense를 사고 싶어졌다.

    만화는 용돈 더 모아서 살 생각이고 (The Chilling Adventures of Sabrina 전권을 묶어서 12달러에 팔던데 이거 아니면 스콧 필그림을 읽을거다) Wicked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일단은 Agnes Grey가 1.09달러밖에 하지 않고 분량도 짧아서 이것부터 읽기로 결정했다. 

    책은 진짜 필이 딱 꽂혔을 때 질러버려야 제일 후회를 안 하는데ㅠㅠ 마음같아선 다 질러버리고 싶지만 돈을 어떻게든 아껴쓰고 싶어서 꾹 참고 있다. 

    아, 그리고 거의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맨날 침대에서 뒹굴대면서 영화나 보고 산 줄 알았는데 올해 벌써 책을 일곱 권이나 읽었다. 뭐 가벼운 소설들로 때운데다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돌은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만... 고등학교 입학한 이래로 한 달만에 세 권 이상을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읽은 책 대부분이 킨들로 읽은 것들인데 혹시 킨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야금야금 더 많은 책을 읽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닐까? 킨들이 현재 내 보물 1호이다보닠ㅋㅋㅋ 입만 열었다 하면 기승전 킨들 칭찬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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