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2주는 또 친구들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그랬는데

애들도 다시 바빠지고 나는 다시 건강이 나빠져서 다시 일주일 내내 책, 영화 보는 거 말곤 할게 없어졌다.

작년부터 유독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 되어서 찬바람만 맞으면->'미니 몸살'이 갑자기 와버려서 겨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이 내게 최악의 계절인 결정적인 이유는 이렇게 아파서 집에 있으면 움직이질 않으니 더 몸이 약해지고 결국에는 외출을 하면 또 아파져서 다시 집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 되기 때문이다.

2년 동안 건강을 너무 망쳐놨는데 의외로 겉보기엔 그다지 아픈 사람 같아 보이지가 않기에 뭐랄까... 치료와 재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 같다. 정말로 올해부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마 서른이 되기 전에 화장(化粧)하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화장(火葬)하고 어디 묻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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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음악은 고전만을 치켜세울 것이 아니라 새로 나오는 것들 중에서도 양질의 작품들은 고전 못지않은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이유로 난 타르코프스키, 고다르, 놀란, 타란티노 같은 감독들의 영화는 찬양하는 반면 잘 만든 최신작에는 유독 평이 박한 '씨네필'들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파운틴헤드'의 피터 키팅스럽달까...) 시만큼은... 정말 개노답이 되었다고밖엔 느껴지지 않는다...

고3때 수능 끝나고 유명세 때문에 사봤던 Milk and Honey는 그런 생각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줬던 시집. 페미니스트로서의 작가의 정치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책 자체는 그야말로 2012년 무렵 중딩들의 텀블러 시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형편없는 불쏘시개였다. 그리고 문득 Goodreads의 리뷰들을 읽어보니 이런 페이지가 있는 걸 보면 나만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진 않다. 내가 1945년 해방 이전의 시들을 좋아하고, 기형도가 죽으면서 한국의 시도 같이 죽었다고 보는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 또한 결국 내가 싫어하는 보수적인 고전 성애자 부류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솔직히 2010년대의 시들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독창성도 전혀 없고 그저 말장난이나 쳐놓는 것을 보고 있자면 돈만 있으면 책 내기 정말 쉬운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도 이따끔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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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야금야금 모아서 쌓아놓기만 한 책도 지금 스무 권에 달하는데... 킨들로 사고 싶은 책이 넘쳐나기 시작해서 환장할 지경이다.  킨들의 가장 큰 단점이 가독성 좋고 휴대하기 편하고 영어책 가격도 저렴해서 (아무리 비싸도 만원대를 넘는 서적을 본 적이 없다) 돈만 생기면 곧바로 이북에다 탕진하도록 이성을 놓게 만든다는 점이다. 원래 내 악습관 중 하나가 '보고 싶은 영화 다 구해놓곤 다른 영화 보기 + 책 사자마자 다른 책 사는 데 관심 옮기기'인데 킨들이 이 버릇을 더 망쳐버렸다. 이번에도 척 팔라닉 소설 다 읽고 나면 당분간 킨들은 좀 쉬고 종이책 마저 읽어야지.. 했는데 아빠한테 용돈 받기가 무섭게 금단증상이 오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킨들 산 뒤로 내 독서생활에는 산업혁명급 변화의 바람이 불어와서 요즘은 시험 끝난 직후에 충동적으로 종이책들을 잔뜩 사둔게 너무 후회스럽다. 아마존에선 이북으로 반값에 살 수 있는 것들을 배송도 며칠 걸리고 비싸기까지 한 종이책들로 샀다니... 이제는 서점 영어책 코너 구경 가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게 집에서 훨씬 더 많은 책들을 서점에서처럼 맛보기까지 해볼 수 있으니 굳이 발품을 팔 이유가 없어졌단 말이다. 내가 이렇게나 이북 찬양론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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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찬양하느라 얘기가 딴 길로 샜는데, 원래 말하려던 건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은데 읽고 싶은 책도 그만큼 쌓여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리고 책에 대한 욕구도 너무 다양한 양상으로 동시에 나타나서... 동시에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지금 버거운 상태다. (듄 영화 개봉하기 전에 다 읽어야 해! + 지금 있는 책들 빨리 다 처리해야 해! + 킨들로 책 더 사고 싶어! + 뉴필로소퍼, 우먼카인드도 읽고 싶어! + 칙릿 같은 가벼운 소설 읽어보고 싶어! + 근데 교양도 쌓게 과학, 철학책도 읽고 싶어!)

진짜 다시는 읽을 책이 이미 3권 이상 있을 때는 새 책 안 살 거다. 이미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변질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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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영화 중 레이디 버드가 특별히 좋았던 점은 여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영화로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년의 성장을 다룬 영화나 소설은 다양한데다가 소년들의 모습이나 성격도 각기각색으로 나타나지만, 소녀가 나오는 영화는 하이틴 로맨스가 아니면 거의 보기가 힘들다. 고등학교 때 단짝이랑 여성이 능동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는가 한참 찾았던 적이 있는데, 우리가 내렸던 결론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그것도 입체적으로 묘사되는 작품은 1) 일단 거의 없고 2) 주인공으로 나오더라도 창작자가 남성 주인공이 나올때처럼 자연스럽게 만들면 되는데... 생물학적 여성성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3) 결국에는 앞선 이유로 양질의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레이디 버드는 여성인 주인공이 그 나이대의 여느 아이들처럼 묘사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서 좋았다. 굳이 소위 '소녀감성'이라 불리는 요소들을 집어넣지 않아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이니까 힘도 세고 남자도 다 조져야 해!'라는 강박이 나타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나나 내 친구는 자라오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남자 주인공에게 이입해야 했고, 그게 결코 나쁜 것도 아니었고 우리에겐 감동을 준 작품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우리와 같은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맞는 데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앞으로는 레이디 버드 같은 작품이 많이 나와서 얼마든지 여자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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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엄마랑 미스터 스마일을 봤다. 원래 내가 예상하던 건 레드포드가 할아버지가 되어서 새로 연기한 스팅 같은 영화였지만 알고보니 레드포드가 잔잔하게 사고치는 범죄영화였다. 사실 범죄영화라 보기도 어렵고 힐링물 같았다.ㅋㅋㅋㅋ 여하튼 신파도 없이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정말로 충실히 보여줘서 주인공이 끊임없이 은행을 털어대는데도 귀엽고 훈훈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케이시 에플렉이 연기했던 경찰관이 너무 어중간했다는 것 정도. 포레스트와 대결 구도를 이루려는건지, 아니면 애증관계로 만들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거니와 배우도 배우인지라 너가 여기서 왜 나와...? 싶은 캐릭터였다. 

나는 그동안 로버트 레드포드랑 톰 웨이츠가 젊었을 때 출연한 영화들만 봐서 두 사람 모두 머리가 하얗게 샌 할아버지로 나오는 미스터 스마일에서의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고... 씨시 스페이식은 캐리에서의 모습이 워낙 강렬해서 오싹한 인상의 여배우로만 알고 있다가 이걸 보곤 무척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도 않고 상영 기간도 짧다는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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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외국어를 배울 때 문법이랑 단어를 어느 정도 익힌 것 같다 싶으면 어법이 맞건 아니건 간에 나쁜말부터 응용해 보곤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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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별로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성공하고, 그러면서도 전혀 거만해지지 않고 바르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잘 잡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애들을 보면서 전에는 저 애들보다 나쁘게 산 적도 없는데 왜 굳이 나는 고생을 해야 하지? 그런 한탄을 많이 했는데, 다 지나고 보니 그 애들은 내가 일찌감치 겪지 않고 피해오던 것들을 먼저 견뎌온 애들이었고, 난 뒤늦게 그 시간을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인 거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입은 상처들은 다시 없애려고 하고 잊어야 하는 게 아니라 굳은살이 박이고 흉터가 지도록 놔둬야 하는 것이고. 그럴수록 더 큰 역경이 와도 덤덤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느니 아프니까 청춘이라느니 하는 것들은 죄다 젊은이들을 거지 같은 사회 체계에 순종하도록 만들려는 기성 세대의 헛소리다. 앞서 말했듯이 상처를 최소화하면서도 바르게 자라는 이들도 많다는 걸, 또 이런 이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상처를 입더라도 굳이 예전처럼 몸뚱이를 망치지도, 그렇다고 인정을 버리지도 않으면서 덤덤하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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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생활 패턴 :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 난 왤케 한심하지? 흑흑 →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 → 개선이 되지 않아 또다시 한심하게 행동한다 →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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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내기 :

1) 매니큐어를 갑자기 칠해보고 싶어서 샀는데 생각보다 내 저주받은 손이 실력을 발휘해서 예쁘게 발랐다. 근데 이거 말리는 동안 혹시라도 망칠까봐 독서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해서... 순간 화장품=여자들 공부하고 일할 시간 방해하는 장치이긴 하군요.... 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2) 앞머리를 자르고 (왜냐하면 지난 5년간 단 한순간도 앞머리를 기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도 길렀으니까) 파마를 했는데 오스칼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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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때 친구들이랑 염세주의에 너무 심취했다가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나뿐인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뭐 결과적으론 나름 내적인 성장은 했던 것 같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수은을 빨아마시는 것만큼이나 몸에 해로운데다 내 취향을 꽤나 가학적(?)인 방향으로 비뚤어지게 했다. 일단 영화나 책도 주인공이 신나게 굴러다니면서 생고생을 해야 ㅠㅠㅠㅠㅠ이건 마스터피스야ㅠㅠㅠㅠㅠㅠㅠ 하면서 치켜세우고 행복한 애들 나오면 철없는 부르주아 놈 이야기로군! 하면서 경멸하는 경향이 심해졌음을 최근에야 자각했다. 이건 결국 내가 싫어하는 스노브들 하는 짓거리나 다름없다. 올해부턴 좀 더 행복한 것들 많이 보고 의식적으로 낙관주의를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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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스킨을 바꾸고 구린 SCM 플레이어 대신 깔끔한 디자인의 플레이어도 찾아서 깔았는데 무척 마음에 든다. 처음엔 메뉴를 갤러리형으로 바꿀까 했는데 목록형도 나쁘진 않은 것 같고. 유튜브 영상이 크기 조정을 하지 않으면 테두리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흠이지만 이번에 리뉴얼한 것만큼 만족스러운건 처음이다. 

스킨 바꾸는 게 네이버 블로그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라도 티스토리를 썩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에 바꾼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프로필 이미지. 맨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회전목마 사진 아니면 이니드 콜슬로로만 하는 게 지겨워서 핀터레스트를 뒤졌다가,



잊고 있었던 이 그림을 발견했다. 내가 본 에드워드 호퍼 그림 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Soir Bleu'! 저 피에로 모습이 어딘가 묘하게 와닿았기에 이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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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진델의 '피그맨'의 첫 문장은 존이 세상 모든 게 다 싫다고 말하는 거였다. 이걸 6학년 때 처음 읽었을 때는 뭐야.. 얘 왜이렇게 부정적이야? 했는데 그로부터 8년 뒤 다시 읽으니 헐... 완전 나잖아... 싶었다. 내가 애들한테 지껄이던 말들도 알고보니 존이 하던 말을 무의식 중에 그대로 옮긴 거였고.

'프래니와 주이'도 다시 읽어보니 내가 버디 글래스의 문체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설명이 길고, 꽤나 자조적이라 직설적인 우리 아빠라면 싫어할 스타일. 결론은 이 두 권을 연말~올초에 다시 읽고 보니 내 말투=피그맨, 문체=프래니와 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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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20살만 되면 세상 진리는 다 깨우칠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은 뒤에도 그래도 학문적인 영역에선 뭐라도 알차게 머리를 채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스물두 살이 된 지금은 내 머리에 든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가능한 많은 걸 배우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 남들 말을 따르기도 싫지만 (원래 가려던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너무 지긋지긋해서 듣기 싫다) 그렇다고 지난 수험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거역하고 난 뒤 감수해야 할 거지같은 생활도 지긋지긋하고.

그래도 내 목표는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워서 20대가 끝나기 전에는 뚜렷한 정치관도 갖는 것이었고... 아직은 8년이 더 남았으니까, 남은 시간이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 다만 8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어서 걱정이지.

벌써 수년째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보통 나를 인정해 주기보다는 멀찍이 서서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 항상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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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통 한번에 쓰지를 않고 조금씩 이런저런 얘기들을 축적해서 쓰는 편이라 어떨 때는 다 쓰는 데 한 달이 걸려서 결국 '일기'만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버릴 때가 많다;; 그리고 자꾸 이렇게 쓰는 버릇 들였더니 글의 흐름을 통일성 있게 맞추지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오래 전에 쓴 글들이라 뭘 쓰려던 것인지에 대한 감도 잊어서 전혀 다듬지를 못할 때도 많고.

긴 글이 좋아서 이리 했던 것인데 차라리 올해부터는 짤막하더라도 통일성 있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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