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일기
  • 2018.12.31 17:29

  • 7월 말~11월까지 일기를 올린 적이 없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진들만 몰아서 정리한다.

    사실 올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중 제일 다이내믹한 해였는데... 아직 끝나지도 않은 이야기인데다 워낙 복잡할 것 같아서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정리할 생각이다.


    #1.


    늦여름에 동네 산책하면서 발견한 기이한 모습들

    교통사고 나면 보통 「」 이런 모양 표시를 하는데 여긴 졸라맨으로 표시를 해놨었다...

    그리고 석촌호수에 웬 자라가 헤엄치고 있었음......


    #2.


    11월엔 간만에 영주 부석사로 가족여행을 갔다. 거의 6년만에 서울 바깥을 여행한 건데 (중간 중간 외갓집 들렀던거랑 고2때 대만 갔던 것은 제외해야겠지만) 간만의 외출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소백산 가던 길에 부석사도 들렀다고 하는데 난 이 때 기억은 지금도 도무지 떠오르질 않고... 초중고 내내 수업에서 숱하게 들어왔던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보다는 경치가 훨씬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여우관찰원이 있대서 다들 여...여우라니...! 하고 완전히 눈이 뒤집힌 채로 그곳까지 갔다가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다는 공지만 보고 돌아왔다. 그래서 아직도 여우 보는 것엔 미련이 남음.ㅋㅋㅋㅋㅋㅋ



    #3.


    덕수궁 미술관에서 대한제국 미술 전시회도 봤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뉴욕 이스트빌리지 전시와 함께 최근에 본 전시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였다. 한국사 교과서에 나오던 사진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잘 몰랐던 20세기 한국 화가들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좋은 그림들이 참 많았는데 화가 이름을 구글에 다시 검색해봐도 자료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그저 맴찢일 뿐이다.ㅠㅠ



    기프티콘 받은 게 많아서 이날 엄마랑 같이 스타벅스에도 갔다. 홈스쿨링 할 때 이후론 이렇게 둘이 광화문에서 전시 보고 케익 먹은지가 무척 오래되어서 느낌이 새롭고 즐거웠다. 다만 그 5, 6년 사이에 내 위장은 완전히 누더기조각이 되었기 때문에;;;; 음료수에 얹은 크림 다 들이마시곤 곧바로 탈이 났다;;;;


    #4.

    친구들 만나서 소마미술관도 갔다.

    이날이 우연히도 이날이 마지막 주 수요일이라 챙겨갔던 수험증은 무용지물이 되고 셋이서 행복하게 무료관람했다.

    작년 테이트 갤러리 전시회 같은 알찬 전시를 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날 무료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추워서 조각공원 구경은 못하고 급하게 커피빈으로 감



    저녁에 갔던 식당은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뉴욕 스타일 아시안 음식'을 구호로 걸고 있는 곳이었다. 대체 서울에서 아시아의 음식을 뉴욕 스타일로 만드는 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맛있어서 셋이서 또 행복해했다 ㅋㅋㅋㅋ 요 근래 매일 빵만 먹고 엉망진창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날 종일 속이 안 좋았다.. 이번주부턴 좀 건강하게 살아야지...

    다음주엔 셋이 또 모여서 로버트 레드포드 신작 보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설렌다.



    #5.



    요즘들어 레박 서버가 불안정해서 자주 에러가 뜨는데 매번 그렘린만 나오더니 이번에는 이 장면이 나오면서 'I'm sorry Dave I can't do that'이 나왔닼ㅋㅋㅋㅋㅋ 


    #6.


    라펨에는 덕질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랩 본 이후로 퀸에 미쳐서 갑자기 퀸이 제일 많이 들은 아티스트 1등을 해버렸다. 스완즈랑 크램스는 이스트빌리지 전시 보곤 펑크에 빠져서 최근 2주동안 열심히 들었고ㅋㅋ 제일 미스터리한건 라펨을 시작한 10월부터 여태까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이랑 악틱 몽키스를 많이 들은 기억이 없는데 이 둘의 스크로블이 30을 넘어간다는 점.

    예전엔 음악 들을 때 거의 셔플재생으로만 들었는데 라펨 가입한 이후부터는 왠지 좋아하는 가수들은 스크로블을 많이 해주고픈 충동이 일어서 한 앨범만 주구장창 듣게 되었다.



    #7.

    그리고 드디어... 벼르고 벼른지 4년만에... 킨들을 얻었다!

    중학교 때 집에서 쓰던 교보문고 샘은 책도 별로 없고 너무 후져서 이북 리더기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대체 킨들은 왜 갖고 싶어하는건가 스스로도 의문이 들 정도로 샘을 무척 싫어했는데... 이번에 내 생각보다 이북 리더기의 기능은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읽으면서 단어도 곧바로 찾아볼 수 있고 나중에 귀찮게 따로 정리할 필요 없이 곧바로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치고 메모도 할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밤에 불 끄고 책 읽을 수도 있다! 밤에 독서하다가 귀찮게 침대에서 나와서 불을 끌 필요가 없다는 거다.) 샘 쓸 때는 이건 완전 쓰레기야, 이북 리더기는 절대로 종이책을 이길 수 없어!라고 했던 것과 달리 킨들을 손에 댄 이후로는 종이책들은 너무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정도.ㅋㅋㅋㅋㅋㅋ 진짜로... 킨들만의 손에 착 감기는 매력이 있다.

    예쁘게 찍힌 사진이 없어서 일단은 패스하지만 정말 가끔 책읽다가 이놈의 비주얼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도모르게 감탄할때가 많다. 킨들 샀던 무렵에 어톤먼트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첫 이북은 어톤먼트가 되었는데... 처음엔 아 젠장, 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샀나? 싶었는데 갈수록 재미있다. 

    이걸 다 읽고 나면 The Unchangeable Spots of Leopards를 살지, 아니면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를 살지 고민중이다. 근데 사실... 지금 읽어야 할 책이 이미 17권이나 있어서... 향후 6개월간은 책을 더 사면 안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킨들을 그냥 놔두기도 아깝고... 매우 괴롭다.


    #8.

     1) 올해 읽은 책 top10 : 

      - The Handmaid's Tale / Margaret Atwood

      -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 35년 / 박시백

      -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진 하워드

      - Nine Stories / J.D.Salinger

      - 전망 좋은 방 / E.M.포스터

      -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 유디트 바니스텐달

      - The Bell Jar / Sylvia Plath

      - 이상 선집 / 이상

      - 완전사회 / 문윤성


    * 올해 독서의 가장 의미있던 점은 거의 문학 위주로 읽던 내가 나름대로 페미니즘, 사회학, 경제학, 과학, 역사 책도 읽었다는 거다. (문학 덕후라 결국 top10에 뽑힌 8권이 문학이지만...) 내년부터는 경제랑 철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봐야겠고 페미니즘도 좀 더 깊이 있는 책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전에는 내가 고른 책들만 읽었다가 2018년에는 유독 아빠가 사준 책들이 많았다는 점. 올해 첫 번째로 읽었던 82년생 김지영부터 시작해서 가든 파티,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그리고 연말에 사서 아직 읽고 있는 경제의 속살도 모두 아빠가 권해준 책들이었다.

    그밖에 올해 읽은 책들은 Goodreads에 정리해놨다.



     2) 올해 본 영화 top10 :

     - 졸업 (1967)

     - 다운 바이 로 (1986)

     -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999)

     - 나이트크룰러 (2014)

     - 번 애프터 리딩 (2008)

     - 레이디 버드 (2017)

     - 페르소나 (1966)

     - 파리, 텍사스 (1984)

     - 린 온 피트 (2017)

     - 시네도키, 뉴욕 (2010)


    * 올해 더 룸같은 전설의 핵쓰레기 영화도 볼 정도로 많은 영화를 봤다... 그리고 PTA랑 잉마르 베리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PTA 영화는 러닝타임이 길어서 쉽게 보질 못하고 있고 베리만은 페르소나처럼 유명한 영화 외에는 볼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아서 아쉽다.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올해들어서 유독 졸업이나 레이디 버드, 케스, 린 온 피트, 황무지처럼 방황하거나 생고생하는 애들 나오는 영화만 보면 사족을 못 썼다. 중고등학생 때는 웨스 앤더슨 영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색감 예쁜 영화들을 주로 좋아했는데, 요즘은 A24에서 내는 영화들처럼 현실적이면서도 적당하게 동화적인 느낌 나는 영화들이 정말 좋다.


     3) 올해 가장 즐겨들은 아티스트들 :

      - Florence + The Machine

      - Tom Waits

      - Queen

      - Fiona Apple

      - The Weeknd

      - St. Vincent

      - Pink Floyd

      - Simon & Garfunkel

      - Lou Reed

      - The Cramps



    라펨에선 스크로빙을 시작한 10월부터 연말까지의 통계를 이렇게 내줬다.



    #9.

    올해를 요약해 보자면... 충치를 뽑아야 하는데 놔두기는 아프고 뽑으러 가기는 너무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어느 날 용기 내서 뽑고 나니 공허감과 담담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해였다. 

    내년은 예전만큼 기대되는 것도 설레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걸 꾸역꾸역 해나간다면,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썼던 글처럼 '앞으로도 나에겐 언제나 행운이 따라줄거다ㅎㅎㅎㅎ' 따위의 낙관론은 더 이상 펼칠 생각도 들지 않지만, 아무래도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홈스쿨링을 마칠 무렵에서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 보니까 '잘 풀릴 거다'라는 막연한 믿음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다짐이 더 괜찮은 것 같다.) 마치 정치범 수용소에서 막 나온 것처럼(!) 심신은 몹시 허약해졌지만 마음 한켠은 따뜻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 해를 보내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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