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요일이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늦게라도 할머니 생신을 축하드리러 강원도 속초에 갔다.

하룻밤 할머니 댁에서 자고 온 뒤, 차를 타고는 집에 가기 전에 '박물관 얼굴'로 향했다.



4학년 여름 방학 때, 이곳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는 차를 타고 출발했다가 폭우가 너무 쏟아져서 중간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가 보지도 못하고 바로 집에 돌아간 아쉬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박물관에 가기로 계획한 날 날씨가 안 좋을까봐 걱정도 했었지만, 다행히 여행하기 좋은 맑은 날씨였다.



박물관 입구에 갔는데, 분명 '개관중입니다'라는 표지판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굳게 닫힌 듯한 문을 보고는 '안하는건가?' 하고 잠깐 실망했었지만, 다행히도 아빠께서 박물관에 연락해서 물어보자마자 바로 문을 열어줬었다.

안에서는 열 수 있고 밖에서는 열수 없는 문.. 실제로 보면 "열려라, 참깨!"라고 외쳐야만 문이 열릴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약간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 나오는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

정원에는 돌로 되어 있는 옛날 물건들과 근사한 한옥 한 채가 있는데, 한옥의 이름은 '관석헌'으로 시인 김영랑의 고향이라는 전라도 강진에서 그대로 옮겨 온 것이라고 한다. 김영랑과 같은 가문인 사람의 할아버지께서 80여년 전 목수를 동웒하여 백두산 소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굳이 한옥을 여기까지 옮겨 온 것은 그닥 좋은 생각은 아닌 듯..)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다는데, 주말·휴일엔 40만원, 평일에는 30만원(10명 이내)라고 한다. 너무 비싼걸?



다른 박물관들과 달리 얼굴 박물관은 유리관에 전시품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지도 않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도 않다. 오히려, 대부분 물건들이 아무렇게 쌓여져 있다거나(1층에 비해 2층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 빼고는 사람들이 없었다.

1층은 큼직큼직한 나무 계단들을 내려가면 전시들이 있고, 2층은 다시 계단을 더 올라가면 있다. (박물관에 있는 공간을 더 여러 개로 나눈다면 근사한 집이 될 것 같기도 하다. ^^;)



사람들을 내려다 보는듯한 탈들과 무표정의 인형들, 그리고 화려하지만 죽은 사람을 넣는 상여를 보면 오싹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박물관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가끔씩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났다!'처럼 인형들이 살아날까봐 조금 무섭지 않을까?



얼굴박물관에는 아무래도 돌사람(石人)이 제일 많았었던 것 같다.(약 400여점을 수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오래된 돌사람, 여러 지역에서 온 돌사람, 선비, 산신 등의 돌사람 등도 많았다.



옛날 사람들의 사진과 옛날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어떤 바구니에는 조선시대 때쯤 나온 듯한 '소학' 책이 몇 권씩 담겨 있었다.) 

사진에는 화가 천경자, 이번에 입적하신 법정 스님, 금아 피천득, 옛날 댄서였던 최승희 등 내가 아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2층에 있었던 난쟁이 인형들.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인형들 같기도 했다.

옛날 인형들인지, 저마다 조금씩 때가 타고 낡아 보인다.



2층에 있던 인형들은 대부분 동양에서 온 인형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보존을 잘 하려고 한 것인지 어떤 인형들은 유리관 안에 들어 있었다. (대부분 조선이나 옛날 중국에서 온 인형들이었다.)



이런 탈들은 중국 연나라 때쯤의 탈들이라고 한다.

박물관을 지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 이 탈들을 가지게 되었을까?



다시 돌아오면서는 내가 문을 밀어서 열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멀미가 나서 띵~한 상태로 생각한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고 작더라도, 나도 이런 박물관 한 개쯤은 차리고 싶다는 거다.

지금이라도 내 책들이랑, 장난감들이랑, 이런저런 물건들을 다 모아 둬야 되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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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visagej.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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