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 셋째 주라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1.

이번주에 가장 많이 들은 음악 목록 :

  1. Nirvana - Death to Birth
  2. Chat Faker & Flume - Drop The Game
  3. Udo Kier - Del Adle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Portishead - Biscuit
  5. Amy Winehouse - Me and Mr. Jones
  6. Sia - Unforgettable 
  7. Red Hot Chili Peppers - Dark Necessities
  8. Twenty One Pilot - Stressed Out
  9. Iron & Wine - Cinder & Smoke
  10. Massive Attack - Splitting The Atoms



#2.

요즘 오래간만에 행복하다. 시험을 치루면서 (그리고 갑자기 수학시험이 연기되면서 기말고사를 일주일 내내 치루게 되면서) 머릿속은 무척 피폐해지긴 했지만, 별로 우울하지도 않고 아주 행복하다. 막 그냥 이대로 살아도 왠지 내 인생 알아서 다 잘 될 것 같다. 이게 오랜 시간을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몸부림친 끝에 해탈을 하게 된 건지, 아니면 진짜로 내 정신상태가 안정적으로 변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즐겁다.




#3.





아빠랑 시험끝나고 '도리를 찾아서'를 보러 갔다. 13년 전에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했을 때도 아빠랑 보러 갔었기 때문에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간만에 평일 대낮에 어딜 싸돌아댕기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홈스쿨링 하던 시절에 열대어 키웠던 생각이 나서 영화보는 내내 너무 설렜다. 도리도 너무 귀여워서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4.


2003년에 쓴 그림 일기를 발견했다. 내 생일 다음날 백화점에 갔는데 칙촉을 샀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웃긴건 이때는 맨날맨날 노느라 이르면 12시, 늦으면 3시까지도 안 잤는데 지금은 12시 30분에 꼬박 자야 한다는 거다. 지금 그때처럼 늦게 자면 다음날 오전 내내 수업시간에 눈 뒤집을 게 뻔하다.

지금 내 마이웨이 성격이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이미 13년 전부터 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5.

등굣길 지하철역에 사람은 너무 많은데 계단은 좁아 터져서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문득 '육체는 언젠가 썩어 없어지지만 정신만은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정말 이상한 타이밍에 정말 심오한 생각을 하는 게 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미래에, 어느 저명한 물리학자 겸 철학자가 이런 이론을 발표해서, 지구에 들끓는 인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온갖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 인류의 육체를 없애버리고 정신만이 존재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난리를 쳐대겠지만, 막상 정신만이 남은 뒤에는 육체가 존재할 때 필요했던 모든 것들이 정신에게는 불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다. 그걸 깨닫는 순간에 정신마저 사라져 버리고, 지구는 인간이 사라진 덕분에 멋지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되찾게 되겠지. 그리고 텅 빈 지구 위에선 멋진 음악이 흐를 텐데, 그 음악이 무엇일지는 별로 적고 싶지 않다. 거기까지 가게 된다면 내 때늦은 중2병 증세가 너무 심각하게 티가 날 것이다.



#6. 

<인간 덕질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파면 팔수록 웃긴사진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닼ㅋㅋㅋㅋㅋㅋ
다른 애들은 아이돌 열심히 덕질해도 공부는 잘만 하던데....
나는 이상한거 너무 여러개 동시에 덕질해서 아무래도 성적이 나쁜건가 좀 걱정스러워졌다.


중 3때, 그러니까 내가 온갖 이상하고 마이너한 취향을 본격적으로 쌓아가기 시작할 무렵에 이 사진을 보고 데이비드 보위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구글에 검색해보기 전까지 보위가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사탄숭배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7.



에브리데이 내 모습

교실에 도착한 순간부터 학교에 발을 들인 걸 후회한다.




#8.



시험기간에 잡지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잉여로운 기사 읽는거 재밌다.




#9.

시험기간 내내 수학 열심히 공부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안 돌아가면서 문제도 더럽게 잘 안 풀렸다. 미적분을 하다가 아무래도 뇌가 다 타들어간 모양이니 좀 쉬어야겠다 해서 확통을 공부하려고 했다. 통계는 완전 자신 있으니까 심각하게 못하는 순열을 해야지, 하고 순열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더니 너무 갑작스럽게 순열도 못하고 통계도 못하게 되었다.
더 최악인 것은 수학 시험 보기 30분 전에도 전에 풀었던 문제들을 다시 풀어보는 족족 다 틀렸다는 거다. 1학년 때 수학 공부 하나도 안 했을 때보다도 수학 시험을 더 못봤다. 
집에 와서 수학이 하나도 안 풀린다고 징징댔더니 엄마가 주말 동안 수학공부는 좀 쉬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고 싶었는데 난 수학을 제일 못하니까 남은 125일 동안 수학을 죽도록 해도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공부는 해야겠는데 하기는 싫고 해서 이도저도 안되고 모호한 수학 공부를 하다가 주말을 날렸다.

#10.


금요일날은 학교가 일찍 끝났다. 마침 아빠가 카드에 돈을 넣어 줘서 수학노트랑 형광펜을 살 겸 교보문고에서 책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 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수중에 3만원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가 혼자 싸돌아댕길 때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불행이 닥쳐왔다.
영어책 중에 내가 사고 싶었던 책은 한 권도 재고가 남아 있는 게 없었다. '핏빛 자오선'도 마찬가지였다. 영풍문고에는 '핏빛 자오선' 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풍으로 갔다. 없었다. 늦어도 5시 10분에는 집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그냥 아무거나 사고 싶었다. 펭귄클래식 '더블린 사람들'이랑 '세월의 거품들' 중 한 권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더블린 사람들'은 너무 꼬질꼬질했고, '세월의 거품'은 '무드 인디고'가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 원작 소설까지도 내가 사야 하는 건가 회의감이 들었다. 있어 보이게 '순수의 시대'나 '공산당 선언'을 살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순수의 시대'를 사면 내가 주말을 썩 즐겁게 보내지는 않을 것 같았고, '공산당 선언'은 한번 펼쳐보니 기대와는 다르게 더럽게 재미가 없어서 두 페이지 읽고 포기할게 뻔했다.

체념을 하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내겐 돈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단 한 푼도 못 쓰고 시간만 버렸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아무것도 못 사게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엎어버리고 음반 가게 CD는 죄다 깨부숴 버리고 싶었다. 한참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서 다시 교보문고 음반가게로 돌아갔다. 제프 버클리 앨범을 찾아냈는데 왠지 그걸 사기가 몹시 쑥스럽게 느껴졌다. 주변에 있던 다른 학교 애들은 다들 멀쩡하게 아이돌 앨범 고르고 있는데 나만 벌써 오래전에 죽은 가수 덕질을 하고 있다는 걸 티내기가 갑자기 싫어졌다. 
그래서 새로 나온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앨범을 샀다. 포스터도 받아서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덕질은 덕질을 낳고 그 덕질의 덕질이 새로운 덕질을 낳는다.


#11.

놀란 영화는 진짜 하나도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어제 시간 짬내서 '인셉션'을 봤는데 보는 내내 그냥 그 시간에 더 의미있는거나 할걸 내가 뭐하러 봤을까... 다들 본 영화라 이제와서 안 볼 수도 없고....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화면만 들여다봐도 숨이 막혔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될 내용들을 "하핫 내 상상력은 여기까지도 미칠 수 있단다 멍청이들앜ㅋㅋㅋㅋㅋㅋ"하면서 억지로 꾸역꾸역 보여주는 것 같았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어쩌면 사람들이 놀란 영화를 환장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데카르트가 말한 것처럼 어떤 악마가 존재해서, 우리에게 '놀란 영화는 개쩖'이라는 생각을 심어놓았고, 그래서 사실은 놀란 영화가 '잘 찍기는 하지만 더럽게 재미없는' 영화인데 우리 모두가 악마에게 속아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아주 심오한 생각까지 했다. 


#12.

사실 이번주 목요일에 시험 끝나고 뭘 할지 두 가지 계획을 세워놨는데 다음과 같았다 :
 A. 그날 생일인 친구와 함께 홍대에서 장 자크 상페 전시회와 '도리를 찾아서'를 본다. 그리고 새 립밤과 앨범을 산다. 앨범은 스미스나 Jamie xx나 제프 버클리 앨범을 산다. 
 B. 갑자기 온 세상 사람들에게 싫증이 날 경우에 대비해 세운 계획이다. 친구에게 난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오늘은 아주 고독하게 혼자 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연락해 정동 앞에서 만난 뒤 공차를 사준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 몇권을 둘러본 뒤 '핏빛 자오선'을 산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학시험이 연기되어서 금요일까지도 시험을 보게 되었고, 생일을 앞둔 친구는 무지막지하게 아픈 병에 걸려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 그래서 그냥 아빠랑 목요일에 '도리를 찾아서'를 (다음날에도 시험이 있다는 사실은 애써 잊고)
 보게 된 것이다. 내가 2주 전부터 하굣길마다 틈틈히 세워 두었던 계획이 모두 산산조각난 건 슬펐지만, 아빠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별것 한것도 없이 20분 정도 책 읽고 영화 본게 다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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