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쓰는 글.
  • 2013.12.28 22:22

  • 거의 6개월이 넘도록 블로그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서 뜸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올해는 블로그 생각을 하지 못할만큼 정말 바빴다.

    중학교 과정을 다 마치고 검정고시를 본 이후로, 앞으로 고등학교 과정도 홈스쿨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고등학교를 가기로 결심했고, 고등학교 진학 결심 이후로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에 지원을 해서 합격했다.

    나는 고등학교는 꼭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부터 하고 있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교복을 입고 싶어서이기도 했고(이때만 해도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예비중딩이었다...ㅋㅋ), 적응기에는 홈스쿨링 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느껴져서 학교에 가고 싶었다. 홈스쿨링 생활에 적응하면서 잠시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올해 4월에 검정고시를 보고 나서 다시 고등학교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했다.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나는 홈스쿨링이 사회성을 망친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홈스쿨링을 늘 긍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홈스쿨링을 계속 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나를 내 안에 가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잔뜩 뒤엉켜서 나온 생각이라 글로 정리하기가 참 힘들다.)

    홈스쿨링 생활은 정말 즐거웠다. 공부에만 얽매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책도, 영화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홈스쿨링을 통해 내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홈스쿨링을 한다면 숲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나밖에 생각할 줄 모르고, 세상을 좁게 바라보고, 다른 친구들보다 아무 걱정없이 편안하게 살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물론 걱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걱정은 나를 더 성장시켜주는 존재이기도 한 듯하다. 걱정을 끊임없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걱정에서 벗어날지를 궁리하고, 다시 그 걱정을 만들어낸 원인을 생각하면서 반성하게 되니까.) 학교를 간다면, 홈스쿨링을 할 때만큼 생활이 자유롭진 못하더라도, 내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랑 부딪히면서,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과 비교하고 정리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을 키우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3년동안 내 꿈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지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고등학교에 가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하고 (아무래도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다닌 여행이나 그밖의 경험들은 혼자만의 경험이었으니까) 내 시야를 넓혀 나가면서 내 꿈을 보다 완벽하고 멋진 모습으로 이루고 싶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내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굳이 홈스쿨링을 그만두고 일반학교에 가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내가 꿈꾸는 삶은 세계를 누비면서 차별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삶이기 때문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서 차별받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 그만 괴롭히면 안될까?' 라는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외국어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선생님도, 친구도 모두 좋은 사람들만 모인 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외국어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올해 목표로 정했다.

    비교평가를 보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시험 하나 치루고, 종이 몇 장 쓰고, 말 몇마디만 연습하면 다 되는 건 줄 알았다. 이 무렵에는 정말 히스테릭해져서 세상 만사가 다 지긋지긋해지고 힘들었다. (이 히스테리는, 10대 특유의 괜히 불행해 보이면 멋져 보일 것 같다는 착각 때문에 점점 심각해졌는데, 면접 날까지 이 상태를 유지했다가는 정말 안 좋은 결과를 남길까봐 떨쳐냈다. ^^)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고, 나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평가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는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중학교 배정을 받고 나서 블로그에 이런저런 내 느낌을 적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 3월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나는 중학교 생활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와는 분명히 다를 고등학교 생활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도 되지만, 중학교 배정을 받았을 때  블로그에 썼던 글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여기에 적어 보자면...

     나는 16년 동안 궁지에 몰렸을 때 행운이 따라주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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